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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에크베르트 학부 1학년은 진정 추억과 그 모든 달달한 자양을 알뜰히 모을 수 있는 꿀벌 비행의 시간이다. 나는 입학 당시 수업 선택(이것도 신입생에겐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었고, 인기 강좌는 일찌감치 마감이 되는 등 테크니컬 고충이 장난 아니었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고자, 고등학교 때 선택했던 제2외국어 과목의 연장선이다 싶은 코스를 택했고, 대단히 지적이었고 깊은 소양을 지닌 강사분에게 수업을 들었다. 금발의 에크베르트 는 내 기억으로 한국어 번역본이 없었던 것 같은데(있었다 해도 그 제목을 달고 나온 게 드물어서 찾기 어려웠을 듯), 어차피 수업은 독일어 원서로 진행되고 교수님 특화의 강의가 시험의 출제 내용이었으므로 별 관계 없는 사항에 불과했다.이 책은 물론. 금발의 에크베르트 만 수록된 게 아니며, ..
필름 속을 걷다 영화 평론계의 스타, 이동진씨가 영화를 테마로 해 여행을 다녀온 기행문이다. 필름 속을 걷다, 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그는 영화 촬영의 현장에서 영화 중 내용을 떠올리며 드는 상념등을 저술했다. 책의 전체 분위기는 굉장히 처연하고 우울하고 쓸쓸하다. 빛나는 영화의 그림자를 밟은 여행이기도 하겠지만, 저자의 필체 자체가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우울과 처연함은 청승 맞지 않다. 차분히 그리고 긴 여운을 안긴다. 저자의 윤리적인 고뇌도 인상적이다. 화양연화 편이 그렇다. 실패한 여행에 대한 고백도 실려 있고, 형식적으로 여운을 안기는 여행기도 있다. 이동진 평론가가 저술한 책들 중에서 현재까지 오래오래 두고 읽힐 책. 더이상 영화 여행기는 안쓰신다고 하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 그의 단언이 아쉽게 느껴진다.섬세..
책여행자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사진부터 이야기해야겠다. 두 개의 사진 중에 왼쪽에 있는 것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다. 실비아 비치라는 여성이 혼자 살아갈 궁리를 하다가 어느 누구도 셰익스피어를 싫어할 사람이 없으니 그와 동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은 책방 이름이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다. 결국 이 서점은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되었다. 책 표지 오른쪽에 있는 사진은 에밀리 디킨스의 시집이다. 평생 은둔하며 쓴 시를 불태우라고 동생에게 유언했다던 그 시집이 동생의 저항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저자 김미라님은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인도로 이민(?)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낯선 이국땅에 머무르면서 잊지 못할 경험을했는데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