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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에크베르트


학부 1학년은 진정 추억과 그 모든 달달한 자양을 알뜰히 모을 수 있는 꿀벌 비행의 시간이다. 나는 입학 당시 수업 선택(이것도 신입생에겐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었고, 인기 강좌는 일찌감치 마감이 되는 등 테크니컬 고충이 장난 아니었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고자, 고등학교 때 선택했던 제2외국어 과목의 연장선이다 싶은 코스를 택했고, 대단히 지적이었고 깊은 소양을 지닌 강사분에게 수업을 들었다. 금발의 에크베르트 는 내 기억으로 한국어 번역본이 없었던 것 같은데(있었다 해도 그 제목을 달고 나온 게 드물어서 찾기 어려웠을 듯), 어차피 수업은 독일어 원서로 진행되고 교수님 특화의 강의가 시험의 출제 내용이었으므로 별 관계 없는 사항에 불과했다.이 책은 물론. 금발의 에크베르트 만 수록된 게 아니며, 이관우 선생이 여러 편을 직접 엮고 번역한 작품의 모음이다. 칠레의 지진 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단편이다. 폰 클라이스트의 시대를 감안하면 귀천상혼의 문제가 참 사람을 질기게도 물고 늘어지는구나 싪을 텐데, 아벨라르와 엘로이즈가 얼마나 예전 사람들인지를 감안하면 작가의 좌절과 고뇌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폰 클라이스트는 남독도 아닌 바로 프로이센의 귀족 가문 출신이니, 재능과 성향이 핏줄의 숙명을 배반할 때 어떤 난관이 닥치는지에 대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주인공 남녀의 죽음도 기막힌 부조리를 표출하는데, 다 읽고 작가의 생몰 연대를 확인하면 한 번 더 놀라게 된다.독일 단편선을 꼽는데 빠져서도 물론 곤란하지만, 이런 성격의 작품집에서 만나면 약간 당황스럽기도 한 게 바로 카프카의 변신 이다. 브렌타노의 해당 작품은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단편이었다. 하우프트만의 선로지기 틸 도 낯설어하는 이가 많을 줄 안다. 두 부인을 겪었다 하면 방탕하고 무책임한 가장이 연상될 수도 있지만, 사연을 알고 보면 너무나 선량해서 어느 여인으로부터도 위안을 얻을 자격이 있는 한 철도 노동자의 사연이다. 다 읽고서도 깊이 머리에 남는 건, 과연 그 아들 토비아스는 어떤 여인을 만나 어떤 식의 삶을 꾸릴까 하는 의문이었다. 이 작품은 묘하게, 작품 자체에 남은 내러티브 의문보다, 작가가 꺼내지도 않은 후일담이 더 궁금해지게 했다. 슈토름의 임멘 호 는, 아마 스위스의 현지(그저 호수라기보다 취락지명에 가깝다)를 다녀 온 이들도 많을 테고,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이라 귀에 익을 독자도 많겠다. 분량에 비해서는 내용이 제법 빽빽하게 꾸려졌다고 해야겠다. 나는 영화를 먼저 보았고, 소설 포맷으로는 역시 이 책에 수록된 모습으로 처음 접했다.


옮긴이의 말 / 이관우

노벨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칠레의 지진/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금발의 에크베르트/ 루트비히 티크
착한 카스페를과 어여쁜 안네를의 이야기/ 클레멘스 브렌타노
임멘 호/테오도르 슈토름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아르투어 슈니츨러
선로지기 틸/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변신 / 프란츠 카프카
빵/ 볼프강 보르헤르트
붉은 고양이 / 루이제 린저

작가소개
독일문학 사조 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