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이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몇 해전 기억도 나지 않는 어디선가 저 글귀를 보고 참으로 공감하고, 여행과 독서를 탐닉중이다. 모처럼 맞은 긴 연휴에 친구들은 다들 여행을 떠났지만, 떠날 수 없는 나는 여행기를 읽기로 했다.
지난 번에 소개했던 여러 사람의 여행기 모음집 어떤 외출 에도 참여했던 오영욱 씨의 여행기이다. 본명보다는 오기사 라는
별명으로 더욱 유명하신 분이다. 건축을 전공하고 노가다를 해서 번 돈으로 훌쩍 떠나 여전히 여기저기 잘도 돌아다니는 사람이다.
꽤나 다작하는 사람이라 벌써 대여섯권의 책을 출판했다. 끌리는 대로 한 권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오기사 님의 글은 류시화 님의 기행문처럼 그 곳에 가면 나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거나, 김훈 님처럼 인생사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글에 담아 함께 달리거나, 유홍준 님처럼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명문으로 뽑아내어 가보지도 않은 곳이 벅찬 감동으로 밀려오진 않는다. 다만 읽다보면 처음에는 조금 서먹한 친구와 배낭여행을 떠난 기분이 든다. 어수룩해서 돈을 잃어버리고(강도도 만나고) 가끔은 여행지의 분위기에 취해 일정을 버리고 술에 취하고, 사소한 일에 감동하고, 소심하게 실망하고, 자연과 인간에게 감탄하고, 종종 손발이 오그라드는 허세도 부려보는(여행지의 셀카가 그렇듯이) 그러다 여행을 마칠 때쯤 너무 친해져서 이 친구와의 여행이 끝나지 않고 계속 되길 바라게 되는 그런 책이다. (여전히 조금은 어색하지만ㅋㅋ) 그래도 덕분에 3일만에 지구 한바퀴 돌고 온 기분이 든다. 꽤 오래전에 유행했던 개그우먼의 말투로 한 번 불러본다. "오기사, 출발해~!"
해외여행과 디지털 카메라가 흔해진 요즘에는 수많은 사진과 함께 개인의 경험을 담은 여행기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지 못하는 법. 하지만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는 조금 다르다. 분명 여행기이지만 그 흔한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오직 독특한 그림체로 풍경을 직접 스케치한 작가의 그림과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느낀 단상을 적은 글만이 존재한다. 정통 스케치 형식의 그림과 카툰을 조합한 여행기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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