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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다시 읽기


소설에 음악이 들어가야 한다면 바흐나 브람스 혹은 바그너 정도는 들어가야겠지. 라고 생각 한다. 어쩌면, 가요를 등장 시키고도 비슷한 수준의 글이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지막에 가서는 역시 어렵겠지 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굳이 쓸 수 있다면 누구의 음악을 등장시켜야 하겠는가. 라고 한다면 나는 신해철과 이상은의 노래를 등장시키고 싶다. 티렉스가 유태인들 사이에 큰 성조기를 흔들고 있는, 섬들과 섬 바다와 땅에도 찾지 못했네 라는 이상은의 보헤미안 이라는 곡이 소설의 처음에 흘러나온다면 제격이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중간쯤 가서는 신해철의 70년대에 바침 을 잔잔하게 깔아주고, 마지막으로 길위에서 를 틀어주며, 난 후회하지 않아 아쉬움은 남겠지만 이라고 끝내는 소설이 있을 법도 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클래식만큼 그럴듯하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더 절절한 글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누구든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한 무언가를 생각할 때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대중가요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야자시간에 워크맨을 듣던 기억을 떠올릴 때 나는 꼭 신해철을 기억해낸다. 그가 처음 대학가요제에서 우승했을 때 뭔지는 몰랐지만 신났던 그 기분이며, 그가 대마초를 피워 들어갔을 때의 뉴스 화면이며, 슬픈표정 하지 말아요 의 재킷에 있는 커피잔 든 사진이며 어느것 하나 선명하지 않은 것이 없다. 고흐의 불꽃 같은 삶 도 니체의 상처입은 분노 도 뭣도 모르던 시절에도 그것이 뭔가 특별한 이야기라는 생각은 항상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라고, 신해철의 노래는 결국은 풀리는 수수께끼처럼 항상 내 기억에서 남아 있었다.이 책은 신해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 써보고 싶었던 음반에 대한 이야기들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한 책이다. 무한궤도에서 솔로를 거쳐, 넥스트와 모노크롬까지, 비트겐슈타인과 재결성된 넥스트에까지 그의 앨범을 총망라했다. 실험성 높은 음악과, 대중성과 혁신을 함께 갖춘 예술을 완성시켰던 그를 돌아보는 것은 감격스럽다. 하지만, 그가 만든 음악의 장르와 형식, 내용을 알아가는 것보다 의미있는 것은 그의 음악을 한번더 돌아보고 그를 기억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 처럼 음악 하나 하나에 짧은 인생 여정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돈을 모아 넥스트 1집 home 을 사서 돌아올 때의 뿌듯함이며, 나에게 쓰는 편지 를 들으며 고민하던 시간, 내일은 늦으리 를 들으며 예술가의 힘을 느꼈던 때며, Lazenca save us 를 들으며 생각했던 애니메이션의 웅장함, 민물 장어의 꿈 을 들으며 생각했던 꿈과 현실사이의 무한한 거리감 들을 생각하다보면, 내 인생에서 그는 그저 한 명의 가수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지만, 어떤이의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고, 어떤이의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다 고 한 바 있다. 사람의 죽음에 경중을 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만, 그가 남긴 업적과 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생각할 때 이처럼 허무하게 그가 떠난 것은 우리에게 불행한 일이다. 모든 것을 다해도 후회하지 않는 사랑은 없고, 최선을 다해 걸어도 돌아보지 않는 길은 없겠지만, 자꾸 돌아보고 후회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것처럼 싸늘하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고 힘들때 꼭 다시 들어보는 노래 Dreamer 가사 중 일부를 적는다.그녀의 고운 눈물도 내 맘을 잡지 못했지 / 열병에 걸린 어린애처럼 꿈을 꾸는나의 눈길은 먼 곳만을 향했기에세상의 바다를 건너 욕망의 산을 넘는 동안 / 배워진 것은 고독과 증오뿐멀어지는 완성의 꿈은 아직 나를 부르는데난 아직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 / 일상의 피곤 속에 묻어버릴 수는 없어언젠가 지쳐 쓰러질 것을 알아도 /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Dreamer, 넥스트 2집, The return of N.EX.T]
발라드부터 전자음악, 나아가 헤비메탈까지
독자들이 알아야 할 ‘신해철 음악’의 모든 것

1988년 12월 24일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신해철. 발라드를 부르는 아이돌의 시기를 넘어, 활동 기간 내내 ‘헤비메탈’이라는 비대중적 장르를 추구하면서도 대중적 인기를 놓치지 않았던 밴드 넥스트의 수장이면서도, 한국 대중음악에서 미디를 전방위적으로 활용한 전자음악의 장인이었다. 진중한 음악적 탐구를 바탕으로, 세계관을 투영한 음반 아트워크와 문학성을 겸비한 가사는 대중음악이 가질 수 있는 예술성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한국 대중음악 평론계에서 강한 자기 색으로 입지를 다져온 웹진 ≪음악취향Y≫의 구성원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을 추모하는 방법으로 ‘음악에 대한 더 전문적인 해석’을 선택했다. 무한궤도 이후 솔로와 넥스트, 나아가 뮤지션과 음악감독의 지위를 넘나들며 남긴 신해철의 음악적 발자취를 집대성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은 신해철이 데뷔한 1988년부터 타계한 지 1년이 지난 2015년까지 그가 남긴 ‘음악적 유산’을 집중 조명한다. 신해철의 손때가 묻은 음반을 한 장 한 장 차분히 톺아보고,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아티스트론을 정립했으며, 또한 저자들이 엄선한 인터뷰를 통해 신해철이 가졌던 음악에 대한 견해를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더불어 정규 음반 이외에 그가 발표한 거의 모든 싱글을 간략한 평과 함께 연도순으로 정리하고, 그가 추구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도록 음반의 표지와 아트 디렉터 전상일의 작품도 함께 실었다.

좀 더 치열한 시각으로 신해철의 자취를 좇은 이 책을 통해, 신해철이 꿈꾸었던 음악과 그가 한국 대중음악에 남긴 역사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책머리에: Reboot 마왕/김영대·조일동
프롤로그: 아티스트 이상의 Artist/김혜연

Part 1 The Greatest Beginning(1988~1992)
1. 신해철이 지향하는 음악의 모든 것이 형성되다/고종석
무한궤도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2. 자신은 아이였으나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시대의 그대/차유정
신해철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3. 당대의 모든 실험이 있는, 재능이 가장 빛나던 시기/안상욱
신해철 [Myself]
*아티스트論 Structure, Rhythm, Melody: 한국 대중음악사상 가장 다채로운 재능의 작곡가/김영대
*자취를 찾는 여정 1(1988~1992)

Part 2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1992~1997)
4. 가장 ‘90년대적인’ 마왕의 일면/김영대
넥스트 [Home]
5. 밀란 쿤데라와 니체가 뒤섞인, 완벽한 음악적 이종 교배/김성대
넥스트 [The Return Of N.Ex.T Part 1: The Being]
6. 넥스트의 다시 이룰 수 없는 성취/조일동
넥스트 [The Return Of N.Ex.T Part 2: World]
7. 역사의 흐름을 바라보는 관조자의 눈길/권민기
신해철 [영화 [정글 스토리] OST]
8. 진정한 사랑의 대상을 갈구하는 비장한 로맨티시즘/김성환
넥스트 [Here, I Stand For You/ Couple With Arirang]
9. 시대적 실험의 완성이자 종언/김동석
넥스트 [Lazenca: A Space Rock Opera]
*아티스트論 한계의 고통과 투쟁을 온몸으로 보여준 로커/조일동
*자취를 찾는 여정 2(1992~1997)

Part 3 Machine Messiah(1996~2000)
10. 단 한 걸음일지라도 의미 없는 걸음은 없다/정병욱
노땐스 [골든힛트-일집]
11. 영국발 첫 번째 안부 편지/박병운
신해철 [Crom’s Techno Works]
12. 세기말, 음악적 야심을 집대성한 크로스오버/홍정택
신해철 [Monocrom]
13. 예전에는 미처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선걸
신해철 [Homemade Cookies & 99 Crom Live]
*인터뷰 [무붕 2003]의 주인공 신해철을 만나다/천경철·조민준
*자취를 찾는 여정 3(1996~2000)

Part 4 現世地獄(2001~2013)
14. 다양성 교차의 경험에 기초한 본질 탐구/정병욱
비트겐슈타인 [Theatre Wittgenstein Part 1: A Man’s Life]
15. ‘어떤 세대’의 표상 그리고 현실/권민기
넥스트 [The Return Of N.Ex.T Part 3: 개한민국]
*아티스트論 1990년대 세대, 끝나지 않은 우리 앞의 생/심재겸
16. 거듭된 멤버 교체기의 초상/박병운
넥스트 [The Second Fan Service: ReGame?]
17. 빅 밴드 스윙으로 요리한 한국과 서양의 스탠더드/김성대
신해철 [The Songs For The One]
18. 영원히 계획으로 남겨진 밴드의 지향/김용민
넥스트 [666: Trilogy Part 1]
*아티스트論 존재와 세상 그리고 사랑을 탐구했던 어느 철학도의 일대기/김성환
*인터뷰 2006년 어느 여름, 마왕과 만나다/김성대
*자취를 찾는 여정 4(2001~2013)

Part 5 단 하나의 사랑(2014~)
19. 마지막 같지 않은 마지막/박상준
신해철 [Reboot Myself Part 1]
*아티스트論 신해철, 한국 대중음악의 현대성을 선포하다/김영대
*자취를 찾는 여정 5(2014~)

에필로그: 굿바이, Mr. 트러블/박병운
감사의 말/조일동

부록
1. 신해철의 Artwork
2. 전상일의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