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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필


공선옥, 고정욱 같은 작가들의 휴먼에세이라고 해서 꼭 읽고싶었다. 책을 받고 읽어나가다 보니 어 하나같이 어딘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표지에 그 답이 있었으니 인권감수성을 깨우는 54개의 공감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내가 생각한 그런 에세이들은 아니었지만 읽으면서 역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의 인권을 그 누가 이렇게 글로 잘 쓸 수 있겠는가. 작가들이라 역시 소박하게 쓰는 글에서도 필력과 감동이 느껴진다. 동남아에서 우리나라에 돈을 벌러 온 사람들, 여러나라에서 농촌으로 시집을 온 여자들, 그리고 넓게 보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고충을 느끼게 해주는 성희롱, 성차별적 인권의 이야기까지. 마지막으로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소설가인 심윤경씨의 글까지 정말 잘 읽었다. 심윤경씨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대상을 받았을때 홈페이지였던가 자주 가던 곳에 글을 남긴 것을 우연히 보았다, 나처럼 평범한 젊은 아이엄마여서 더욱 부러웠었는데 그 작품이 엄청난 인기를 끌더라. 지금까지도 그래서 이 작가만 보면 왠지 반갑다. 이렇듯 나 혼자만의 앎이지만 권지예, 김별아, 노경실, 박범신, 서성란, 이명랑, 전성태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서 더욱 반가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느낀 인권의 구멍은 대체 무엇이며 어떤 단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 궁금했다. 작가들은 우리에게 상상력을 선사하는 사람들이라 역시 어떤 해결책을 주진 않았다. 대신에 글을 읽으면서 가슴속으로 느껴지는 무엇이 있게 했다. 샘터 라는 작은 책이 있다. 마치 그 책에 실려 있는 읽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오히려 생각이 정리가 되는 그런 글. 이 책에 실려 있는 모든 글들이 그렇다. 어제 읽고 오늘 또 읽어도 좋은 글.. 여자로 태어나서 젊은 시절, 성폭행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온 나같은 평범한 여자들. 왜 여자들은 밤늦게 다니면 안되고 어린 시절부터 자유롭게 다니면 안되나. 이 책에 어느 성매매 여성들은 어린 나이에 보호받을 곳이 없어 가출했다가 그 성장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경험들이 쌓이게 되고 결국 성매매여성으로까지 되어버린 가슴 아픈 미아 들이라고 했다. 남성들은 왜 성을 살까. 외롭다고 왜 술집에서 여성을 살까. 여자들은 외롭다고 바로 성을 사러 가지 않는다. 공감했다. 왜 성매매가 적발되면 성매매 여성은 40시간의 교정 교육을 받으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남성은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는 말 이후에 귀가조치가 내려지는지 이 땅의 수많은 여자 미아 들을 방지하려면 이러한 모순된 남성과 여성의 성의식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와야 한다고 나 역시 생각했다. 동남아인들이나 외국인들의 인권부분도 공감이 가지만 여성으로서 이러한 여성문제와 청소년문제를 다룬 글들이 더욱 와닿았다. 펜이 칼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대다수의 사람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 좋은 글들을 많이들 읽었으면 좋겠다.
54명 작가들이 참여한 세상 곳곳의 인권 이야기 휴먼필
우리들의 일상 속 인권감수성과 접속하다!

휴먼필 은 인권감수성을 테마로 한 산문집으로, 54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우리 일상 속의 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공선옥, 김연수, 김해자, 권지예, 김종광, 나희덕, 박범신, 방현석, 이명랑, 전성태, 정지아, 이순원, 최성각, 한창훈 등 54명의 필자들은 이론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겪고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인권감수성’에 다가가고 있다. 인권감수성은 인간의 권리인 ‘인권’과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란 뜻을 지닌 ‘감수성’이 합쳐진 말. 사회에서의 부조리나 불합리한 관행, 제도 등을 인권문제의 차원에서 볼 수 있는 성질 혹은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인권감수성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세상에서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감정이다.

아침에 눈을 떠 학교나 직장에 가고, 또 퇴근하고 돌아와 하루를 마감하기까지. 우린 얼마나 인권감수성을 느끼며 살고 있을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별 고민 없이 지나가는 것들이 실제로 누군가를 차별하는 일은 아니었을까? 휴먼필 은 누군가를 가르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인권감수성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1부 차별을 넘어
다르게 말하기|김남일
빵 굽는 영애|김영희
방귀희 씨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 |방귀희
나는 차별 속에서 살아왔다|박민규
피부색과 돈|박범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고정욱
조용하지 않은 도서관|박영숙
엄마 나라 말을 몰라요|안미란
어느 음악인에 대한 추억|박경태
원하지 않은 특혜|이혜경
왼손과 오른손, 그리고 청계천의 이팝나무|이순원
멍들어가는 상아탑|맹문재
니그로? 블랙 피플? 톰?|정지아
보통 사람이‘보통 사람’에게 받는 차별|최성각

2부 여자ㆍ엄마ㆍ아줌마ㆍ소녀?
젖 주는 사회|공선옥
헤어질 권리, 바닥을 칠 권리|김해자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김별아
여와 남, 가깝고도 먼|이성아
밝힘증과 불감증의 동시 치료제를 찾습니다|고혜정
성매매촌에서의 단상|이인휘
품을 앗아가다|이상락
미아를 위한 이정표|박금선
꼭 오빠라고 불러야 되나요?|한혜경

3부 푸른 감수성
우리 아이도 우리처럼 살 것이다|노경실
지워지지 않을 문신|이명랑
우리의 인권의식|이재웅
케이크 얼굴에 처바른 자, 식귀 붙어 핥을지니|한창훈
나를 키워준 연민|김중미
그 아이는 왜 노래 부르지 않을까|서성란
아빠 직업이 뭐니?|신동호
용숙이 아들 철민이|송언
공부가 무서워요 |권영상
손들어! , 손들지 못한 기억|김형진
엄마가 제일 말썽꾸러기|권재원

4부 사람이 우선이다
망가지는 내 얼굴에 권리를 허하라|권지예
말하거나 말하지 않을 권리|나희덕
대중문화가 그리 우습더냐? |이영미
사랍답게 죽을 권리|전혜성
담쟁이 덩굴이 캠퍼스를 덮을 때|박몽구
‘비녀꽂기’고문의 추억|김하기
우리 안의 파시즘|정도상
인간의 가장 예의 바른 행동|고재종
의자에 앉는 것도 인권이라고요? |문경란
달을 쳐다보게 한 사람|김종광
빨간약과 소화제와 이등병|이하

5부 공감과 떨림
멧돼지를 사수하다|신용목
십수 년 전 파렴치범의 오늘|방현석
평양식당‘목란’에서|전성태
사람이 곧 보석바구니|김준태
굴뚝 밑 인생의 재채기|이광복
뒤늦게 저항시인 되는 거 아니야, 이거?|원재훈
임진왜란의 고아, 그리고 철거민|김연수
다른 생명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는……|하재영
목소리를 잃어버렸나 보다|심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