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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인간이란덧없고하찮습니다.하지만그때문에사랑스럽다고생각합니다.그하찮음으로어떻게든살아가고있으니까.” <책의뒷면>황정은작가님의소설들은읽다보면마음에서묵직한무언가가올라오는느낌을많이받는편인데이소설역시그렇습니다.소라,나나그리고그녀들의어머니애자그녀들의삶의이야기입니다.“나나와나는어머니를어머니라고부를때보다다도애자,라고부를때가많다.애자는애자라고불러야애자답다.애자의애는사랑애.그이름그대로사랑으로가득하고사랑으로넘쳤다.” p.9엄마를이름으로부르는두자매.뜻은참좋은뜻인데.현실은그렇지않습니다.불행의시작은아빠가공장에서일하다가거대한톱니바퀴에말려들어사고가납니다.이후엄마애자는삶의의욕을잃어버리게되는데요.“있지.넷이서행복해지자며쉬지도않고열심히일했는데.가엾어.어째서그렇게열심히산걸까? “p.12마음이아팠던부분이었습니다.부모님세대는그렇게우리를키우셨습니다.지금이시기에해야할것들을뒤로미루고열심히일만하셨던거같습니다.허무함이느껴지는부분이었습니다.그래서그런지저희부부는지금이순간아이들과할수있는것이있다면최선을다하려합니다.“아무래도좋은일과아무래도좋을것.이런일뿐인세계에서살아가려면애초부터세계엔그런것뿐이라고여기는것이좋다.매일무엇을생각하느냐고묻다니.그야좋은것을.좋은것을. “ p.60문장이참쉽지가않아좋습니다.아무래도좋은일과아무래도좋을것.생각해봐야문장의맛을느낄수있어참좋습니다.“애쓰지마의미있는것은아무것도없어.덧없어아무래도좋은일과아무래도좋을것목숨이란하찬게중단되게마련이고죽고나면사람의일생이란그뿐이라고그녀는말하고나나는대체로동의합니다.무의미하다는것은나쁜걸까? p.227책의마지막부분인이곳에밑줄을쳐봅니다.세계의입장에서는이소설에나오는소라와나나와나기오라버니와순자아주머니그리고아기와애자까지무의미애가까울정도로덧없는존재들일이모르겠습니다.하지만그들의삶도소중합니다.특별하던특별하지않던.여려운요즘의삶입니다.하지만그래도계속해보겠습니다.
지금 황정은을 읽지 않는다면
처연하게 아름다운 세계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계속해보겠습니다 는 2012년 가을호부터 2013년 여름호까지 ‘소라나나나기’라는 제목으로 계간 창작과비평 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연재 종료 후 일년여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고한 끝에 주인공 소라와 나나, 나기의 감정선이 더욱더 깊고 선명해져 행간에서조차 세 인물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작품의 농도가 짙어졌다. 황정은은 앞선 두권의 소설집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그것을 구현해내는 뛰어난 언어 조탁력을 보여주었고 그의 첫 장편이자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인 백의 그림자 에서 기저에 품은 서정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는 그 서정의 결을 이어가면서도 잔잔하게 흘러가 폭발적으로 파급되는 황정은식 서정의 마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소라, 나나, 나기 세사람의 목소리가 각 장을 이루며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계속해보겠습니다 는 같은 시간, 한공간에 존재하는 세사람의 서로 다른 감정의 진술을 각각의 온도로 느낄 수 있다. 서로 갈등하는 소라와 나나의 속마음을 보는 것이나, 공유한 과거를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소설적 장치는 독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등장인물의 작은 행동 하나, 대사 한줄에까지 감정을 밀도있게 싣고 마지막까지 그 긴장을 놓지 않고 이야기를 완성하는 작가의 집중력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다시금 황정은 소설의 자기갱신을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최근 황정은 소설이 이제는 좀 무섭다 (젊은작가상 심사평)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경이에 가까운 감탄은 비단 그만 느끼는 것은 아닐 터다. 그의 이름을 첫손에 꼽으며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는 문단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과연 그의 소설은 어디까지이며, 그 간명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의 점층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